[2021-1] 4학년 1학기 (上, 물리학 부전공 선택이유)

2021. 7. 1. 22:11Study-log

나 왜 벌써 4학년이지..?

이번 포스팅은 총 두 개로 써볼까 한다. 그냥 내가 기록하고 싶어서 올리는 것이라 *긴 글 주 의*

매년, 매월 달라지는 내 모습들을 기록하고 싶어서 이제부터 부지런히 글을 써보려고 한다.
짧은 글은 인스타그램에, 긴 글은 블로그에ㅎㅎ


작년 한 해동안은 혼란의 시기였다. 그리고 나름대로 나를 이해하고, 결론을 낼 수 있었다.
올해 첫 목표로 물리학 부전공을 시작했다. 사실 물리학 부전공이어도, 막학년이기 때문에 전공과목을 많이 들을 여유가 없었다. 조금 더 일찍 시작해볼걸 아쉬움도 컸다.
+ 내 물리학과 메이트 윤수언니와 같이 스터디하면서 이번 학기 잘 버틸 수 있었다. 고마워 언니!

내가 부전공으로 물리학을 선택한 이유는 다음과 같다. 우선, 고등학교 때부터 나는 물리라는 과목 자체가 좋았고, 내 꿈을 위해 공대로 진학했다. 물리를 좋아했던 이유는 "명쾌하게 세상을 설명할 수 있어서"였다. 물론 모든 과학 과목들을 좋아했지만, 물리가 모든 과학의 근본인 것 같은 느낌이 들어 더 매력있던 것 같다. 사실 고등학생 때의 그 순수한 학문적 호기심을 다시 되찾고 싶었다. 공대 공부도 물론 잘 맞았지만, 뭔가 철학적이고 근본적인 호기심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내가 존경하는 전공 교수님과 면담 후에 물리학 부전공을 완전히 다짐했다. 늦은게 어디있어. 하고싶으면 하는거지ㅎㅎ

물리학과 커리큘럼을 보면서 듣고 싶은 과목을 골랐다. 선수과목이 필수인 빡센 커리큘럼 때문에, 2학년 과목인 고전역학과 현대물리학을 선택했다. 두 과목의 성격이 완전히 달랐기 때문에, 오히려 공부하는 게 흥미로웠다.

역시나 내가 수강생들 중에 가장 고학번이었는데,,ㅋㅋㅋㅋ 처음엔 약간 민망했지만, 아무렴 뭐 어때.

고전역학은 물리학과 학생들의 필수과목이라 철회하는 사람이 적었는데, 현대물리학은 심화과목이라 많은 학생들이 와다다 철회해서 결국 15명만 남았다..(조금 무서웠다..) 사실 첫 수업 듣고 이번 학기 정말 쉽지 않겠다고 생각했지만, 나는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어쩌면 전공과목들보다 물리학 공부에 더 신경을 쓸 수밖에 없었다. 같은 물리, 수학 계열이지만, 공부방향이 너무 달랐기 때문이다.


1. 고전역학
사실 고전역학은 나한테 좀 유리했다. 동역학, 기계진동학 등 기계전공들을 이미 듣고와서 익숙한 개념들이 많았다. 그런데, 물리학에서의 접근법과 수학적 툴이 달라서 적응하는데 꽤 어려웠다. 물리학과 학생들의 질문과 내 질문의 차이도 그 때 알게 되었다. 나는 3년간 공대생의 머리로만 살아왔구나.. 아무튼 신선한 충격을 받고, 열심히 수업에 참여했다.

감사하게도 교수님께서 나를 기억해주셔서 면담을 할 기회가 있었다. 면담 후에 많은 생각이 있었는데.. 대학원 진학을 결심하게 된 계기가 되기도 했다. 다음 학기에도 이 교수님 수업 들을텐데, 감사하다고 전해드려야지.

수업 도중에 가끔 물리학이라는 학문에 관한 토론을 했다. 역시 이과의 철학 아니랄까봐... 이런 수업은 처음이라 신기했다. 교수님께서 학생들을 잘 이끌어주신 덕도 있지만, 열심히 자신의 견해를 밝힌 능동적인 학생들도 참 대단했다.

+ 계산기 flex한 이야기

新계산기와 舊계산기

원래 카시오 공학용 계산기 잘 쓰고 있었는데, 이 과목 때문에 고사양 계산기를 사버렸다. 하 진짜... 물론 시험 때는 쓸 수 없지만, 공부할 때 너무 답답해서 그냥 질러버렸다. 카시오 FX-9860G3인데, 일명 그래프계산기이다. 물론 연립방정식, 행렬계산, 코딩 등 엄청난 다른 스펙들도 있어서 언젠가 잘 쓰겠지 하고 샀다. 뭔 계산기가 15만원이나 해서 (그럴만하긴 하다) 출혈이 심했지만, 이 아이 덕분에 한 학기 맘편히 보낼 수 있었다.


2. 현대물리학
가장 궁금했던 과목. 사실 내가 양자역학을 공부할 수 있을지 맛보기 위해 신청했다. 현대물리학은 "물리학과란 이런거다" 알리는 학문이지 않을까 싶다. 약간 물리의 오프닝을 열어주는 일반물리학 느낌(?)

이 과목은 정말 active하게 열심히 공부해본 것 같다. 아니..이거 2학년 과목 맞냐구요... 거짓말 안하고, 매 수업 끝나고 질문하고 복습하면서, 노트필기까지 성공한 유일한 과목이었는데도 숨이 찼다. 매주 과제가 나왔고, 일주일에 한 단원씩 나가는 미친듯한 공부량에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 양자역학 나오고부터 이해도 안돼서 더 힘들었다. 수학으로만 "납득"할 수밖에 없었는데, 나중엔 그냥 이해하기를 포기했다. 수학하는 기계가 된 느낌이랄까. ㅋㅋㅋㅋㅋㅋ

백지에 몇 장의 증명들을 순식간에 적어내시는 교수님의 필기를 보면서 경이로움을 느꼈다. 교수님에 대한 팬심으로,, 교수님의 예전 강의들을 찾아보았다. 유튜브에서 "현대물리학적 실재와 자아인식" 철학 강연을 봤는데, 시간이 순식간에 지나갔다. 물리학 - 수학 = 철학 인가? 내가 배우는 것들이 수학만이 아님을 다시 느끼면서,, 심기일전했다.

솔직히 뭐 안다고 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현대물리 관련된 책을 읽을 수 있는 기반은 다졌다고 생각한다. 사실 난 이런 책 내용을 이해하고 싶어서 공부욕심이 나기도 했다.

+ 좋아하는 part 필기 맛보기

인스타그램에도 올렸는데, 시공간에 대해 배울 때 두 사건의 인과관계를 수학적으로 표현한다는 게 신선하고 매력있었다. 과거, 현재, 미래사건들을 보는 틀을 완전히 깨버릴 수 있었다. 이 때까진 재밌었지..

특히 수학으로 유도해낼 때는, 공식들의 흐름과 큰 틀을 잊지 않으려고 노력했던 것 같다. 이 모든게 양자수 설명으로 귀결되기 위한 과정임을 깨닫고, 헬같던 수학들이 꽤 할만해졌다. 답을 정해놓고 풀어내지 않을 수가 있을까.. 과학자들 참으로 대단하다.


결과는 좋게 나왔다. 성적받기 어렵기로 유명한 물리학과에서, 두 전공과목 A+은 물론 기분이 좋았지만, 중요한 한 가지를 깨닫게 해주었다. 성적보다 중요한건, 내가 좋아하는 것을 찾아 할 때의 내 열정을 본 것과, 두려움이 설렘으로 바뀌는 순간을 경험할 수 있던 것이다. 뭐든 늦은건 없다. 그리고 해보지 않았던 것을 도전하는 것도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
머리로만 이해했던 것들을, 이젠 확신을 가질 수 있는 데이터가 생긴 셈이다. 경험의 디딤돌이 생겼다는 것에 너무 감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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